시운이 이야기 13
갑작스러운.. 젊은 가족의 죽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목요일부터 우리가 사는 안양에서 먼 부산까지
몇번을 왕복을 해야 했다.
정확하게는 나만.
처음엔 남편과 함께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내려갔다 올라왔다.
지금 아직 남편은 그곳에 있다.
그동안 집에 고양이들은 씩씩하게 세마리가 집을 같이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내가 온전히 집을 비운건 합쳐서 이틀이지만
그래도 와서 사료도 채워주고 물도 갈아주고 갔는데
거의 먹지 않았다
여행을 갔을때는 사료를 탈탈 먹어치워서 당황했었는데
아이들도 엄마의 슬픈 일에 대해 알고 근심하고 있었을까.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깐 했다.
이것은 전날의 사진
이제 시운이가 잘 착지 하지 못하면
살이 쪄서
이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태연해 보이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
떨어질까봐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짝도 못한다.
내가 올라왔다가
다시 애들데리고 내려가는날..
시운이가 공 찾아달라고 해서
공을 몇개를 찾아줬더니
같이 굴리고 놀아달라는데
어휴 그럴수가 있나 하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쓸쓸한 모습..
아 미안해.
그래도 우린 가야하거든..
어젯밤 돌아왔을때
형의 옷을 보고 반가워하며 들어간 시운.
형 옷속에서 좋아하고 있다.
나를 보고 좋아하는 보리.
하지만 사진은 찍지 마셈. 하고 고개 돌리는 보리.
보리는 사진찍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히 새벽에 눈떴을땐 내 옆자리에 시운이가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 눈떠보니 보리가 똑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고
시운이는 벌써 놀러나가고 없었다.
아침의 시운.
밥상위에 눕고 비닐가지고 노는 시운.
내가 먹는 아침을 바라보는 시운.
저것이 나도 먹을 수 있는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거 같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우리곁에 모여있다.
보리가 저 위치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건 참 오랜만이다.
고양이들도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탄다.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고양이의 하루는 사람의 7일과 같으니
아이들은 아마 인간의 보름쯤 되는 시간을 기다렸을것이다.
오빠바라기인 커피가
오빠를 바라보고 있다.
시운이는 그시간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떨어져있는 시간이 외로웠고
그리웠기 때문에
그것을 충족하고 싶어했다.
모두가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하루나 이틀이라도 참 쓸쓸한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족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이별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매꿔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 가족의 배우자가 말했다.
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십년 십오년이면 해야하는 그 이별을 견디기 어려울것같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는동안 힘껏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이별은 생각하지 않고..
슬픈 주말이 지나간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교복을 빨고 청소를 하고
점심걱정을 하고 있다.
삶은 덧없이 느껴지지만 너무 많은 일을 해야 유지가 된다.
그런 삶에 대해 생각하며 일기를 썼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분다.
오후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큰 비가 내릴것이라고 한다.
정말로 더운 여름이 올해는 오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여름만 6,7개월이 계속되어도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엔 혼자만으로도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밥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