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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운이 이야기 6

시운이는 지금 베란다 창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더러 블라인드도 치고 창문도 열라고 저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기다리나 졸고 있나보다.

 

시운이는 아주 독립적인 고양이다.

낯을 안가리고 활달해서 그렇지 애교는 밤사이 자고 일어났을때만 부린다.

 

사실 처음에 우리랑 만났을땐 완전 애교쟁이이긴 했다.

심지어 녀석은 말썽을 부리고 도망갈때조차도 사람이 따라가면 골골골 이러고 도망을 갔을정도였다.

 

하지만 이녀석은 곧 우리집 식구 모두가

이녀석을 아주 사랑하고 귀여워한다는걸 알았고 그게 매우 귀찮다는것도 알았다.

 

귀한 경험이라 생각해서 인간의 근처에도 자고 와서 엉기고 했었지만

이제 더이상 그게 귀한 경험도 아니고 자기가 아주 비싼몸이란것도 알았고

이닝겐들은 어떤 행동을 해도 허허허 웃을뿐더러 귀엽다고 사진찍고 컵을 막 깨도 좋아한다는것을 알았기 떄문에 이제 더이상 많은 애교는 부리지 않는다.

 

벽지를 뜯다 걸렸을때 라든지 비닐봉투를 다 뜯어 헤집어놨을때만

조금 골골골 하며 배를 보이면 되는데 그것도 점점 골골 소리가 짧아진다.

지금은 아예 안내고 아주 형식상 누웠다가 바로 일어난다.

 

 

창밖을 보는 시운이.

늠름해졌다.

이제 20개월이 다 되어가니까

초딩티는 좀 벗었나?

 

 

 

요즘은 몸이 무거워서인지 주로 누워서 논다.

장난감을 흔들어주면 벌렁 누워서 내 눈높이에 내가 놀기 좋게 흔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안정감있게 누워서 노는 시운.

살이 탄력이 없고 많아서인지

저렇게 누워있으면 물풍선을 바닥에 내려놓은 느낌으로

착 달라붙어있다.

저 얼굴이 매우 기뻐하는 표정이다.

진지하다.

공부 되게 잘할거 같은 표정.

 

 

이쯤에서 나오는 우리 보리.

형상기억형 몸매.

 

보리는 정말 완벽한 고양이다.

몸은 날씬하고도 매우 균형이 잡혀있고

살집이 없는것도 아니고..

얼굴은 노주현씨를 닮았다.

 

고양이나라에서도 배우가 있다면

이녀석은 남주노릇을 많이 했을것 같다.

 

 

우리 시운이 진지하게 자려고 하는 모습.

 

 

시운이 이불속에 숨은 모습.. 

빨래걸이 안쪽에 숨은 모습.

우리 시운이는 술래잡기도 좋아하고

나랑 까꿍놀이도 좋아한다.

 

 

멀리서 달려와 욕실 매트 위를 밟으면 주욱 미끄러지는데

그걸 아주 좋아한다.

녀석이 밤에 즐겁게 놀은 날에는 욕실매트가 마루 한가운데 놓여있다.

 

혼자노는것도 아주 잘하는데 이렇게 뭔가 장애물을 사이에 두고

좋아하는 털뭉치를 어렵게 잡아 던지고

또 막 사이로 어렵게 발을 넣어 잡고

이런식으로 놀이를 어렵게 만들어 논다.

본인은 그게 아주 재미있는 모양.

 

이런식으로 한발로 잡아서 다른 한발로 옮긴다.

 

 

 

 

 

멀리서 누군가 보고있다 생각하면 그건 시운이다.

시운이는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지켜보는걸 잘 한다..

 

어찌나 모범생같은지.

그리고 고개는 항상 갸우뚱.

아 귀여워. 

냉장고위에서 아빠가 항상 김을 꺼내먹으니까

그 김의 포장지 속에 김만 들어있지 않고 다른것도 들어있을수 있다고 기대한 시운.

직접 꺼내먹기 위해 올라간 시운.

 

 

고구마 껍질을 왠일로 달라고 주장하는 시운.

그게 맛있는건줄 알았나보다.

 

소중하게 받아든 시운.

하지만 곧 퉷 뱉고 사라짐.

 

 

마지막은 나의 보리.

나의 사랑.

나의 쭈쭈둥이. 귀염둥이. 이뿐이

 

지금 담요를 물고 스윽 잠들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오늘은 커피 사진이 없었다.

오늘은 좀 덜 싸우면 좋겠다.

커피가 놀자고 하는 행동에도 예민하게 패악을 떨어서

보리는 놀자고 하고 웅웅 웅알웅알 하고 말을 걸면서 불쌍하게 아냐아냐 누나.

이러다가 결국 너무 소리지르면 냥! 너무해! 하고 팍 때려버리게 되고

그래서 싸움이 커지는것이다.

 

재미있는건 그럴때 내가 커피! 하고 화를 내면 보리가 의기양양해 하고

커피~~ 하고 내가 편들어주는 목소리를 하면

보리가 바로 발랑 눕거나 기지개를 켜며 그런거 아니었어요. 하는 행동을 한다.

보리! 하고 화내면 보리는 바로 귀를 마징가 만들고 가버리고

보리야~~ 하고 편들어주면 커피가 얼른 숨어버리고 보리는 내 옆에서 계속 누나를 괴롭힌다.

 

놀자는것도 괴롭히는것이라고 그렇게 누누히 말했는데도 듣지를 않는다.

 

커피는 성격이 이상하고 굉장히 방어적이라

커피를 부르는 목소리 톤에도 상당히 예민하다.

만약 내가 옆에 두고 쓰다듬을때도 아주 고음으로 예쁜 목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바로 화를 낸다.

 

어제는 보리가 야 커피 누나 괴롭히니까 되게 재미있어 했는 모양인지

두마리가 신나서 나와서 쇼파밑에 숨은 커피를 괴롭혔다.

 

처음엔 단지 마루를 걷다 마주쳤을뿐인데

보리가 코를 가져다 대려고 하니까

커피가 정말 무슨 치한 만난것처럼 소리를 질러서 그게 계기가 되었다.

 

우리 커피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큰 누나가 저러니 얼마나 걱정이 많은지 모른다.

 

보리보다 두살은 더 많은 놈이..

보리 이모님 같은 놈이 저러니

시운이 어머님같은 놈이..

어휴.

 

오늘은 싸우지 말고 잘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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