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월에 보리의 동생이 생겼다.
폰을 여러번 바꾸는 와중에 사진들의 이름이 겹쳐서 많은 사진이 사라져서 유감이다.
그래도 항상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다.
그나마 다행이다.
보리의 동생 시운이는
파주의 행동사에서 임보하겠다고 데리고 온 아이이다. 그때 7개월이었고
몸무게는 2킬로정도. 남자아이였고 중성화가 완료되어있었다.
시운이는 아주 작았지만 지금은 5.6킬로로 돼냥이가 되어있다.
원래는 내가 데리고 있다 입양을 시켜야 했지만 지금까지 머물러있다.
이녀석이 얼마나 재미있는 녀석인지 모른다.
눈이 삼각형으로 만화같이 생겼고
처음 왔을땐 상당히 못생겨서 놀랐다.
게다가 난 인간의 먹을것을 이렇게 탐내는 냥이는 첨보았다.
처음 오던 날부터 남편의 무릎에 튀어올라가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앞발을 내밀어 인간의 반찬을 먹고 싶어했고
어쩌다 떨어진 밥알을 맛있게 주어먹었다.
우리는 이녀석이 시장통에 묶여있던 건어물집? 쯤 되는 가게에서 할머니가 기르던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즐겁게 추리해보곤 한다.
그래서 김치고 뭐고 먹을걸 마구 줬을거라고...
그러니 이렇게 맛있게 밥을 먹고 반찬도 먹고 하겠지.
그걸 못먹게 하는것은 너무나 힘든일이고
아직도 식탁위에 음식이 있으면 어김없이 물고 도망을 가는 바람에
시운이는 개야?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보리는 이녀석이 온다음 3일간 삐쳐서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는데
그 뒤엔 시운이의 절친이자 보호자가 되어 시운이의 엉덩을 정성껏 핥아주고
얼마나 구루밍을 열심히 해주는지 모른다.
지금은 둘이 사이가 좋지만 같이 자는 일은 일주일에 세네번쯤이다.
아무래도 같이 태어나 자라지는 않아서 일까.
커피는 새로온 냥이에겐 항상 까칠하지만
이녀석은 너무나 순둥이라 싸움을 거는 일도 없고 커피가 예민하게 소리지를때마다 벌렁 드러눕고 순둥하게 굴어서인지 전혀 트러블없이 지내고 있다.
보리랑 싸우는 시운이..
늘 높은 자리는 내꺼였는데..
감히 동생놈이..
라고 화내는 모습.
얌전히 있어라. 라고 머리를 눌러주는 보리.
지금은 보리와 시운이가 크기가 비슷하다.
지나다보면 쇼파밑에서 저렇게 앞발이 쑥 나오곤 한다.
시운이.
처음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이 되었는데
저렇게 창밖에 몸을 끼우고 있어서
우리는 모두 맛조개 같다며 웃었다.
식탁에서 형의 먹을걸 탐내는 시운이
우리가 뭔가 먹고 있으면
쑤욱 머리가 올라온다.
아빠옆을 유독 좋아하는 시운..
지나가다 깜짝 놀랐다.
비닐에 저렇게 누워 안정감있게 자고 있었다.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것 같아서 보면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저 의자를 저렇게 눕혀놓고 저렇게 사용할줄은 몰랐다.
엄마 뭐하냐옹.
시운이가 앞발을 내밀어 뭔가를 달라고 하고 있다.
아직 살찌기전..시운.
시운이의 사진을 더 올려야겠다.
많은 사진이 사라져 속이 상한다.
처음에 우리집에 왔을때만해도 난 이렇게 이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우리집 식구가 될 줄 몰랐다. 누군가 맡아줘야 하지만 못생겼고 이렇게 생긴 아이는 식구가 생기기 어렵겠다 싶어 보호하게 된것이지만 이제는 내가 없으면 못살것 같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특이하다.
단지 한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을 뿐인데
온 세상의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
고양이가 여자랑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런 부분에선 틀리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일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중독성 강한 생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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